티스토리 뷰
목차
글을 쓰려고 앉는 순간, 우리는 늘 비슷한 질문을 받습니다.
“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꺼낼까?”
“나는 지금 쓸 준비가 된 걸까?”
“왜 머릿속은 가득한데, 손은 멈춰 있는 걸까?”
글쓰기를 하기 전, 우리 뇌는 수많은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.
그 신호들을 읽을 수 있다면, 우리는 훨씬 더 수월하게, 자연스럽게 글을 시작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.
1. 뇌는 ‘불안’으로 먼저 반응한다
글을 쓰기 전, 많은 사람이 이상하게 초조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.
머릿속이 살짝 멍해지고, 자판 앞에 손을 얹고도 아무 글자도 누르지 못합니다.
왜 그럴까요?
이는 뇌가 ‘쓰기’라는 행위를 자기표현 = 노출 위험으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.
편도체(amygdala)는 즉각 반응하여 “이건 위험할지도 몰라”라고 경고를 보냅니다.
이것이 바로 글쓰기 전의 두근거림, 망설임, 주저함의 정체입니다.
✔ 대응법
→ 글쓰기 전, 아주 짧은 호흡 훈련이나 명상, 또는 “나는 지금 안전하다”고 말해주는 루틴 문장을 활용해 보세요.
→ “이건 그냥 생각을 옮기는 과정일 뿐이다”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면 편도체는 조금 진정됩니다.
2. 생각보다 먼저 ‘이미지’가 온다
재미있는 사실 하나.
우리 뇌는 글을 쓸 때 ‘단어’보다 ‘이미지’를 먼저 떠올립니다.
두정엽(parietal lobe)과 시각 피질이 먼저 활성화되어,
우리가 쓸 이야기를 ‘그림처럼 상상’한 뒤, 그것을 언어로 바꾸는 과정을 거칩니다.
예를 들어, “오늘 본 하늘에 대해 써야지”라고 생각할 때,
먼저 머릿속에는 파란색 하늘, 햇살, 구름의 흐름이 이미지로 스쳐갑니다.
이 이미지를 언어로 번역해내는 일, 그게 글쓰기입니다.
✔ 대응법
→ 글을 쓰기 전에 사진 한 장, 기억의 장면 하나를 먼저 떠올려 보세요.
→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글쓰기의 첫 단서를 잡으면, 문장이 훨씬 부드럽게 흘러나옵니다.
3. 창의성을 위한 연결망이 켜진다
글을 쓰려고 집중하기 시작하면,
기본모드네트워크(Default Mode Network, DMN)라는 뇌의 시스템이 작동합니다.
이 영역은 우리가 멍 때릴 때, 상상할 때, 자유 연상할 때 활성화되며,
바로 이 때 무의식 속 생각과 기억들이 서로 연결되기 시작합니다.
DMN은 말하자면 “창의성의 고속도로”입니다.
하나의 문장에서 다음 문장을 어떻게 이을지, 감정과 이야기를 어떤 순서로 풀지,
이 모든 것이 DMN에서 연결되고 구성됩니다.
✔ 대응법
→ 억지로 “논리적 글쓰기”를 하기보다, 처음엔 자유롭게 떠오르는 말을 적어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.
→ 자동쓰기(Freewriting) 같은 방법도 창의 연결을 활성화하는 데 유용합니다.
4. 쓰기 전에 뇌는 ‘기대’도 한다
놀랍게도, 뇌는 글을 쓰기 전 ‘쾌락 중추’를 약하게라도 활성화합니다.
그 이유는 간단합니다.
“무언가를 창조하는 행위”는 인간에게 본능적으로 기쁨을 주기 때문입니다.
실제로 글을 다 쓰고 나면 도파민(Dopamine)이 소량 분비되어
“좋아, 해냈다!”는 기분을 줍니다.
그런데 이 도파민은 글을 쓰기 전에도,
“오늘 뭔가 멋진 걸 만들어볼까?” 하는 기대심이 생기면 미리 반응합니다.
✔ 대응법
→ “오늘 이 글이 나에게 어떤 선물을 줄까?”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세요.
→ 글쓰기 전 작은 기대를 품는 것만으로도 뇌는 쓰기에 반응하기 시작합니다.
✅ 마무리하며: 쓰기를 방해하는 것도, 돕는 것도 결국 ‘내 뇌’
글을 못 쓰는 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닙니다.
글을 어렵게 느끼는 것도 나의 탓이 아닙니다.
우리 뇌가 그렇게 학습하고 반응하고 있을 뿐입니다.
- 편도체는 위험하다고 말하고,
- 두정엽은 이미지를 그려내고,
- DMN은 창의성을 이끌고,
- 쾌락 중추는 기대에 반응합니다.
이 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면,
우리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,
더 자연스럽게 글쓰기라는 창조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.